
심장이... 뛴다... (두근) 농구공 튀기는 소리, 코트 위에 울려 퍼지는 운동화 마찰음, 그리고 숨 막히는 정적. 90년대,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던 그 전설이 돌아왔습니다.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명대사를 읊조리며 농구 골대를 향해 슛 폼을 잡던 그 시절 소년 소녀들, 다들 살아계신가요? 오늘은 저를 포함해 수많은 3040 아재들의 눈물샘을 터뜨리고, 1020 세대까지 '농놀(농구놀이)'의 세계로 끌어들인 2023년 최고의 화제작, 아니 기적 같은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The First Slam Dunk)> 리뷰를 들고 왔습니다.
솔직히 고백합니다. 개봉 전 예고편 떴을 때, "3D라고? 에이, 망했네"라고 생각했던 저 자신을 매우 칩니다. (반성) 이건 그냥 영화가 아닙니다. 26년의 기다림에 대한 완벽한 보상이자, 우리 추억의 현재진행형입니다. 휴지 챙기세요. 아니, 수건 챙기세요. 지금부터 코트 위로 들어갑니다.
[영화 리뷰] 더 퍼스트 슬램덩크: 뚫어, 송태섭!
영광의 시대는 바로 지금입니다
1. 줄거리: '빨간 원숭이'가 아닌, '작은 가드'의 이야기
모두가 예상했습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천재' 강백호일 거라고요. 하지만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는 우리의 뒤통수를 아주 시원하게 갈깁니다. (좋은 의미로요!) 영화의 오프닝, 연필 스케치로 한 명씩 그려지며 걸어 나오는 북산고 5인방의 모습에서 센터를 차지한 건 놀랍게도 No.7 가드, 송태섭(미야기 료타)입니다.
영화는 원작 최후의 결전이자 팬들이 애니메이션으로 보기를 평생 소원했던 '산왕공고(산노)'와의 인터하이 32강전을 메인 매치로 다룹니다. 하지만 단순히 시합만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그동안 원작에서 깊게 다뤄지지 않았던 송태섭의 서사가 교차 편집되죠. 오키나와 출신, 아버지를 잃고 농구 천재였던 형 '준섭'마저 바다에서 잃은 아픔, 형의 그림자에 가려져 방황하던 어린 시절, 그리고 농구만이 유일한 구원이었던 그의 인생이 경기 흐름과 맞물려 휘몰아칩니다.
북산의 돌격대장, 문제아로만 알았던 송태섭이 사실은 얼마나 큰 슬픔을 뚫고(Dribble) 코트 위에 서 있었는지 알게 되는 순간, 그가 패스하는 공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현재의 치열한 산왕전과 과거의 아픈 기억이 오버랩되면서, 우리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닌 한 소년의 '성장 드라마'를 목격하게 됩니다.
2. 총평: 미친 연출, 숨 막히는 사운드, 완벽한 작화 (★★★★★)
■ 2D와 3D의 환상적인 퓨전, 이건 혁명이다
개봉 전 우려했던 3D 카툰 렌더링? 걱정 따위 집어치우세요. 오히려 3D였기에 가능한 속도감과 입체감이 스크린을 찢고 나옵니다. 선수들의 땀방울, 근육의 움직임, 유니폼의 펄럭임까지... 진짜 실제 농구 경기를 1열 직관하는 느낌입니다. 특히 원작 특유의 펜 선 질감을 살린 작화는 "와, 미쳤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이노우에 작가님이 감독을 맡아서 다행입니다. 진짜 본인이 보고 싶은 걸 다 때려 넣은 느낌?
■ 심장을 폭행하는 사운드와 '제0감'
OST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10-FEET의 '다이 제로 감(Dai Zero Kan)' 기타 리프가 터져 나오는 순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다 못해 혈관이 확장되는 기분입니다. (진짜 운동하고 싶어짐) 반대로,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경기 종료 직전 '마의 1분'에서는 모든 소리가 사라집니다. BGM도, 효과음도, 대사도 없이 오직 정적만이 흐르는 그 연출. 극장 안에 있던 수백 명의 관객이 다 같이 숨을 참았던 그 순간의 공기... 이건 OTT나 TV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전율입니다.
■ 꺾이지 않는 마음, 그리고 '왼손은 거들 뿐'
이 영화는 단순히 "북산이 이겼다!"는 승리의 서사가 아닙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도망치고 싶은 순간에 발을 내딛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안 선생님의 턱을 치던 강백호도, 체력이 바닥나 팔이 안 올라가는 정대만도, 에이스의 중압감을 견디는 서태웅도, 묵묵히 골 밑을 지키는 채치수도, 그리고 이들을 조율하며 뚫고 나가는 송태섭도. 모두가 각자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강백호와 서태웅의 '세기의 하이파이브' 장면에서는 진짜... 꺽꺽대며 울 뻔했습니다. (옆자리 아저씨도 울고 계셨음)
3. 시청 반응: 대한민국이 다시 농구공을 잡다
영화가 개봉하고 난 뒤의 반응은 그야말로 '신드롬' 그 자체였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반응을 싹 긁어모아 핵심만 정리해 드립니다.
▶ "3040 아재들의 눈물 파티, 1020 여성 팬들의 입덕"
가장 흥미로운 건 팬덤의 확장이었습니다. 처음엔 추억을 찾아 극장에 온 3040 남성들이 주축이었지만, 곧이어 입소문을 타고 1020 여성 관객들이 대거 유입되었습니다. "농구 룰 하나도 모르는데 펑펑 울었다", "정대만(미친 남자) 사랑해", "서태웅 쿨내 진동하는데 왜 이렇게 멋있냐" 등 새로운 팬덤이 형성되면서, 팝업 스토어 굿즈 줄서기 대란(오픈런)까지 일어났었죠. 이것이 바로 명작의 힘 아니겠습니까?
▶ "N차 관람은 필수, 더빙판 vs 자막판 논쟁"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돌 정도로 N차 관람 열풍이 거셌습니다. 자막판으로 원작의 느낌을 즐기고, 더빙판으로 강수진 성우님(강백호) 목소리를 듣는 게 국룰이 되었죠. "더빙판 성우진 연기가 미쳤다", "로컬라이징(현지화)은 한국이 세계 최고다"라는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저도 자막으로 보고 더빙으로 또 봤는데, 개인적으로 더빙판 감동이 두 배였습니다. (강백호는 역시 한국말을 해야 제맛!)
▶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원조"
당시 유행하던 '중꺾마' 트렌드와 맞물려 슬램덩크 명대사들이 재조명되었습니다. "포기하는 순간 시합 종료예요",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난 지금입니다" 같은 대사들이 SNS를 도배했죠.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이보다 더 강력한 동기부여 영상이 있을까요?
[마무리 썰]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단순한 추억 팔이가 아닙니다. 26년 전 소년이었던 우리에게, 그리고 지금 청춘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건네는 뜨거운 위로이자 응원입니다. 아직 안 보셨다고요? VOD 당장 결제하세요. 그리고 소리 빵빵하게 키우고 보세요. 농구 몰라도 됩니다. 그냥 가슴이 시키는 대로 느끼면 되니까요.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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