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해서, 이 영화 안 본 사람이랑은 겸상 안 합니다. (진지)
비 오는 날이면 저도 모르게 스팅(Sting) 노래 흥얼거리는 사람? 저요. 화분만 보면 "얘는 내 베프야"라고 드립 치고 싶은 사람? 접니다. 오늘은 제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아니 우리 모두의 인생작 <레옹 (Léon)>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 합니다. 94년도 작이라니, 세상에... 제가 태어나기도 전(혹은 갓난아기였을 때) 나온 영화가 이렇게 힙해도 되는 건가요? 4K 리마스터링으로 다시 봐도 촌스러움 1도 없는 갓띵작, 지금부터 나노 단위로 핥아보겠습니다.
[방구석 1열] 레옹: 킬러가 이렇게 귀여우면 반칙이지
feat. 우유, 화분, 그리고 게리 올드만의 미친 연기
1. 줄거리: 고독한 킬러와 댕돌한 초딩의 위험한 동거
배경은 뉴욕. 근데 이제 낭만은 없고 범죄만 가득한... 그곳에 전설의 킬러 레옹(장 르노)이 살고 있습니다. 이 아저씨, 일할 땐 세상 냉철한 프로인데 퇴근하면 그냥 바보 형입니다. 취미는 화분 잎사귀 닦아주기, 주식은 우유. 침대 놔두고 소파에서 선글라스 끼고 자는 짠내 폭발하는 인물이죠. (이때부터 모성애 자극 오짐 ㅠㅠ)
어느 날, 옆집 사는 12살 소녀 마틸다(나탈리 포트만)네 집에 비극이 닥칩니다. 부패 경찰 스탠스필드(게리 올드만)가 마약 문제로 쳐들어와서 마틸다의 가족을 몰살시켜버린 거죠. 심부름 갔다 돌아온 마틸다는 복도에 쓰러진 아빠를 보고 본능적으로 레옹의 집 초인종을 누릅니다.
"제발 문 좀 열어줘요... 제발..."
이 장면에서 심장 안 쫄린 사람 없죠? 레옹은 CCTV(구멍)로 쳐다보다가 결국 문을 열어줍니다. 킬러의 룰을 깨버린 순간이자, 두 사람의 운명이 꼬이기 시작한 순간이었죠. 목숨을 건진 마틸다는 당돌하게 제안합니다. "내 동생 복수하게 킬러 기술 좀 알려줘요. 대신 내가 글 가르쳐 주고 집안일 해줄게."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안 어울리는 커플(?)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2. 총평: 액션인 줄 알았는데 멜로였고, 멜로인 줄 알았는데 구원 서사였다
■ 장 르노 & 나탈리 포트만, 이 조합 실화냐?
나탈리 포트만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단발머리에 초커 목걸이, 항공 점퍼 입고 총 들고 서 있는데 퇴폐미랑 순수함이 공존해요. 떡잎부터 달랐던 그녀... 그리고 장 르노! 덩치는 산만한데 눈망울이 사슴 같아요. 글 못 읽어서 더듬거릴 때나 마틸다 앞에서 쩔쩔맬 때 보면 진짜 꽉 안아주고 싶음. 이 두 사람이 좁은 아파트에서 우유 마시며 게임하는 장면들은 그냥 힐링 그 자체입니다. 킬러 영화 보면서 엄마 미소 짓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고요.
■ 악역의 교과서, 아니 악역의 신(God) 게리 올드만
솔직히 이 형님 얘기 안 하면 섭섭합니다. 약(마약) 빨고 베토벤 교향곡 들으면서 샷건 갈기는 장면... 진짜 미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실제로 약 한 거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았다는 썰이...) 땀 뻘뻘 흘리며 "EVERYONE!!!!!" 외칠 때 소름 쫙. 악당이 섹시해 보이면 큰일인데, 이 영화에선 그게 가능합니다.
■ "나도 행복해지고 싶어, 잠도 자고 뿌리도 내릴 거야"
영화 후반부, 경찰특공대랑 맞짱(?) 뜨는 액션 씬은 지금 봐도 퀄리티 미쳤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를 울리는 건 레옹의 마지막 대사죠. 평생을 땅에 발 붙이지 못하고 화분처럼 떠돌던 그가, 마틸다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며 처음으로 '뿌리'를 내리겠다고 다짐하는 그 순간. ㅠㅠ 극장에서 봤으면 오열하다 탈수 왔을 듯. 엔딩에서 마틸다가 학교 운동장에 화분 심을 때 'Shape of My Heart' 기타 선율 딱 나오잖아요? 거기서 그냥 끝. 게임 오버. 여운이 한 3박 4일 갑니다.
3. 시청 반응: 호불호?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커뮤니티나 왓챠 댓글들을 싹 훑어봤는데, 반응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더라고요.
▶ 유형 1: 앓다 죽을 레옹파 (90%)
"내 인생 영화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함", "ost 전주만 들어도 눈물 버튼 눌림" 등등 찬양 일색입니다. 특히 남자분들은 레옹의 고독함에 취하고, 여자분들은 그 순애보에 치이는 듯.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가장 완벽한 사랑을 보여줬다"는 평이 기억에 남네요.
▶ 유형 2: 불편러인 듯 불편러 아닌 현실 자각파 (소수)
"지금 보니 아저씨랑 꼬맹이랑 좀 위험한 거 아님?", "로리타 콤플렉스 미화 아니냐" 하는 의견도 간혹 있습니다. (감독판 보면 마틸다가 좀 적극적이긴 함;;) 근데 대부분은 "이건 남녀 간의 에로스가 아니라,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아가페적 사랑이다"라고 반박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됩니다. 예술은 예술로 보자구요!
▶ 유형 3: 패션 덕후들
"마틸다 패션은 지금 입어도 힙하다", "동그란 선글라스 사고 싶다", "화분 키우고 싶어졌다(식집사 입문)" 등 영화 속 스타일링에 꽂힌 분들도 엄청 많습니다. 그만큼 미장센이 훌륭하다는 증거겠죠?
[마무리 TMI]
혹시 아직도 안 보신 분 계신가요? 제발 봐주세요. 넷플릭스, 왓챠 다 있습니다. 대신 휴지 꼭 준비하시고요. 이번 주말엔 치킨 한 마리 시켜 놓고 레옹 아저씨랑 우유 한 잔 어떠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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