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 바람 쌩쌩 불고 옆구리가 시려올 때, 핫팩보다 더 따뜻한 게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로맨스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는 남자들도 "이건 인정"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우고, 여자들은 "나도 저런 결혼식 하고 싶다"며 로망을 품게 만드는 영화. 오늘은 제 하드디스크 깊은 곳에 '우울할 때 꺼내 먹는 약' 폴더에 들어 있는 인생작, <어바웃 타임 (About Time)>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솔직히 레이첼 맥아담스 웃는 얼굴만 봐도 힐링인데, 내용까지 완벽하면 반칙 아닌가요? 2013년 개봉 이후 지금까지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으로 불리는 이 영화, 단순한 사랑 타령인 줄 알고 틀었다가 인생을 배웠다는 전설의 명작. 지금부터 그 따스한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BGM으로 'How Long Will I Love You' 틀어놓고 읽어주세요. 제발요.)
[영화 리뷰] 어바웃 타임: 시간을 되돌려도, 결국 오늘을 사랑할 것
로코인 줄 알았는데 인생 교과서였던 건에 대하여
1. 줄거리: 모태솔로, 시간을 달리는 남자가 되다
성인이 된 날,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가문의 엄청난 비밀을 듣게 된 팀(돔놀 글리슨). "우리 집안 남자들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단다." 방법도 아주 가관입니다. 어두운 곳(주로 벽장)에 들어가서 주먹을 꽉 쥐고 과거를 떠올리면 뿅! 하고 이동합니다. 히어로물처럼 세상을 구하거나 역사를 바꾸는 거냐고요? 아뇨. 소박한 팀의 목표는 오직 하나, "여자친구 만들기"입니다. (아, 눈물 나는 현실성...)
꿈에 그리던 런던 생활을 시작한 팀은 우연히 암흑 카페(Blind Date)에서 운명의 여인 메리(레이첼 맥아담스)를 만납니다. 목소리와 성격에 반해버렸지만, 타이밍이 꼬여 그녀를 놓칠 위기에 처하죠. 이때부터 팀의 '무한 리셋' 능력이 빛을 발합니다. 그녀의 번호를 따기 위해,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첫 잠자리(?)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그는 끊임없이 벽장 속으로 들어갑니다.
수십 번의 시행착오 끝에 결국 메리의 마음을 얻고 결혼까지 골인하는 팀. 하지만 인생은 시간 여행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투성이입니다. 여동생의 사고, 아버지의 시한부 선고 등 피할 수 없는 이별과 불행 앞에서 팀은 능력을 쓰는 대신, 아버지가 알려준 '행복의 비밀'을 깨닫게 됩니다. 과연 그가 선택한 마지막 시간 여행은 어디였을까요?
2. 총평: 빨간 드레스와 비 내리는 결혼식, 그리고 아버지 (★★★★★)
■ 레이첼 맥아담스는 '사랑' 그 자체다
이 영화의 개연성은 그냥 '레이첼 맥아담스'입니다. 그녀가 앞머리를 자르고 웃을 때, 화면에서 피톤치드가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특히 전설의 레전드로 남은 '비 내리는 결혼식' 장면. 보통 영화라면 결혼식 날 폭우가 쏟아지고 텐트가 무너지면 재앙으로 묘사하겠지만, 이 영화에선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로맨틱한 순간으로 그려집니다. 하얀 웨딩드레스 대신 입은 붉은 드레스는 또 어떻고요? "비가 와서 망쳤네"가 아니라 "비가 와서 더 특별했어"라고 말하는 메리의 태도에서, 우리는 사랑이 무엇인지 배웁니다.
■ 사실은 로맨스가 아니라 '부성애' 영화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메리보다 더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팀의 아버지, 빌 나이입니다. 무뚝뚝한 듯하지만 아들에게 인생의 진리를 전해주는 멘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 팀이 마지막으로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와 함께 어린 시절 해변을 산책하는 장면... 여기서 안 운 사람 있나요? 저는 여기서 오열하다가 탈수 올 뻔했습니다. 시간을 되돌려 부자가 되거나 성공하는 것보다, 아들과 함께 물수제비 한번 더 뜨는 것이 소중하다는 아버지. 이 영화가 명작인 이유는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 가족애와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확장되기 때문입니다.
■ "인생은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 여행이다"
영화 후반부, 팀은 더 이상 시간 여행을 하지 않게 됩니다. 대신 "하루를 두 번 사는 것처럼, 오늘을 치열하게 사랑하며 사는 것"을 택하죠. 짜증 나는 직장 상사, 지루한 출근길, 맛없는 샌드위치조차 마음먹기에 따라 아름다운 풍경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 뻔한 자기계발서 100권 읽는 것보다 이 영화 한 번 보는 게 낫습니다. "우리는 매일 시간을 여행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놀라운 여행을 즐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라는 마지막 내레이션은 제 인생 좌우명이 되었습니다.
3. 시청 반응: "제발 재개봉 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이 영화는 호불호가 거의 갈리지 않는 '청정 구역'입니다. 왓챠나 네이버 영화 평점을 보면 간증 글이 쏟아집니다.
▶ "결혼 바이럴 영화다" (솔로들의 절규)
"이 영화 보고 결혼하고 싶어졌다", "나도 저런 소박하고 유쾌한 결혼식 하고 싶다"는 반응이 압도적입니다. 화려한 호텔 예식이 아니라, 비바람이 몰아쳐도 서로 눈만 마주치면 행복해 죽는 그 모습이 진짜 결혼의 로망을 심어준 거죠. (물론 현실은 레이첼 맥아담스가 없다는 게 함정...)
▶ "나한테 저 능력이 있다면?" (지독한 현실주의자들)
감동적인 리뷰 사이에 꼭 끼어 있는 TMI 반응들. "내가 팀이었으면 비트코인 샀다", "로또 번호 외워서 무한 루프 돌린다"는 반응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ㅋㅋㅋ 하지만 대다수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영화"라며 훈훈하게 마무리합니다.
▶ "OST가 사기다" (음악 맛집)
지하철역에서 시간이 흐르는 연출과 함께 나오는 'How Long Will I Love You', 그리고 이탈리아 결혼식 축가인 'Il Mondo'. 이 노래들만 들으면 자동으로 영화 장면이 재생된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면 출근길 지옥철도 런던의 지하철로 느껴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썰]
<어바웃 타임>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지만, 역설적으로 '평범한 오늘'이 가장 큰 기적임을 알려주는 영화입니다. 오늘 하루가 힘들고 지치셨나요? 그렇다면 집에 가서 이 영화를 틀어보세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부모님, 연인, 친구, 혹은 나 자신)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보세요. 그게 바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시간 여행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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