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다가 기 빨려서 식은땀 흘려본 적 있으신가요? 공포 영화도 아닌데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액션 영화도 아닌데 주먹이 꽉 쥐어지는 미친 영화. 오늘은 음악 영화의 탈을 쓴 '스릴러', 아니 '심리 호러물' 한 편을 소개합니다.
보고 나면 한동안 "낫 마이 템포(Not my tempo)"라는 환청이 들리고, 드럼 소리만 들어도 PTSD가 올 것 같은 압도적인 에너지. 2015년 개봉 당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마스터피스, <위플래쉬 (Whiplash)>입니다. 팝콘 먹을 시간도 없습니다. 씹는 소리가 템포에 안 맞으면 뺨 맞을 수도 있거든요. (진지) 지금부터 비트 쪼개듯 나노 단위로 리뷰 들어갑니다.
[영화 리뷰] 위플래쉬: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더 빠르게!"
천재를 갈망하는 광기와 괴물을 만드는 폭력 사이
1. 줄거리: 최고의 드러머가 되고 싶은 소년, 악마를 만나다
미국 최고의 명문 셰이퍼 음악학교. 이곳에 신입생 앤드류(마일즈 텔러)가 입학합니다. 그의 꿈은 단순히 '드럼을 잘 치는 것'이 아닙니다. 전설적인 재즈 드러머 '버디 리치'처럼 역사에 남는 위대한 뮤지션이 되는 것이죠. 연습실에서 혼자 드럼을 치던 어느 날, 학교 최고의 실력자이자 최악의 폭군으로 불리는 플레처 교수(J.K. 시몬스)의 눈에 띄어 그의 밴드(스튜디오 밴드)에 들어가게 됩니다.
"와, 이제 성공 가도 달리는 건가?"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입니다. 첫 연습 시간, 플레처 교수는 앤드류에게 지옥을 맛보여줍니다. 박자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의자가 날아오고, 입에 담지 못할 패드립과 인신공격이 쏟아집니다. "다시! 템포가 안 맞잖아! 빨라! 늦어!" 앤드류는 그의 광기 어린 교육 방식에 멘탈이 갈갈이 찢기지만, 오기가 생깁니다. '기필코 저 인간한테 인정받고 만다.'
앤드류는 점점 괴물이 되어갑니다. 손에서 피가 터져 스틱을 잡을 수 없게 되자 반창고를 덕지덕지 감고, 그 위로 다시 피가 배어 나와 심벌즈를 적실 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합니다. 여자친구도 "연습에 방해된다"며 차버리고, 교통사고가 나서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무대에 오르는 기행까지 벌입니다. 스승의 학대와 제자의 집착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영화는 파국을 향해 미친 속도로 질주합니다.
2. 총평: 이것은 해피엔딩인가, 비극인가?
■ J.K. 시몬스, 연기가 아니라 그냥 '빙의' 수준
이 영화의 지분 8할은 플레처 교수를 연기한 J.K. 시몬스에게 있습니다. 민머리에 검은 티셔츠, 그리고 근육질 몸매로 지휘봉을 휘두르는 그는 그냥 '공포' 그 자체입니다. 그가 손을 쥐면 음악이 멈추고, 그가 눈을 부릅뜨면 관객도 숨을 참게 됩니다.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고 해로운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Good job)'야"라는 그의 대사는, 지독한 엘리트주의와 성과지상주의를 대변하며 묘한 설득력을 가집니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당연히 받을 만했습니다. 아니, 상 안 줬으면 심사위원한테 의자 던졌을지도 모릅니다.
■ 마지막 10분, 영화 역사상 최고의 '음악 액션' 씬
영화의 백미는 단연 마지막 '카라반(Caravan)' 연주 장면입니다. 앤드류를 공개적으로 망신 주기 위해 함정을 판 플레처, 그리고 그 함정을 박살 내고 스스로 각성하여 폭주하는 앤드류. 두 사람의 눈빛이 교차하며 "I'll cue you(내가 신호 줄게)"라고 말하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쫙 돋습니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오직 드럼 비트와 눈빛 교환만으로 10분을 끌고 가는데, 웬만한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보다 훨씬 박진감 넘칩니다. 이 장면을 극장에서 못 본 게 천추의 한입니다.
■ 위대함의 대가는 과연 정당한가?
영화를 보고 나면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결국 앤드류는 플레처가 원하던 '제2의 찰리 파커'가 되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앤드류의 인격은 파탄 났고, 인간성은 상실되었습니다. 감독 데이미언 셔젤은 인터뷰에서 "앤드류는 아마 30대에 약물 중독으로 요절했을 것"이라고 말했죠. 과연 예술적 성취를 위해 인간성을 포기하는 것이 옳은가? 이 영화는 답을 주지 않고, 관객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Whiplash) 묻습니다. "너라면 어떻게 할래?"
3. 시청 반응: "손이 떨려서 타자를 못 치겠어요"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은 '호' 아니면 '극호'입니다. (불호는 거의 못 봤습니다. 기 빨려서 싫다는 사람은 있어도 영화가 별로라는 사람은 없거든요.)
▶ 예체능 전공자들: "PTSD 와서 죽을 뻔했다"
음대생이나 악기 좀 다뤄본 사람들은 이 영화를 '공포 영화'로 분류합니다. "교수님이 문 열고 들어올 때의 그 싸늘한 공기... 으악!", "박자 틀렸을 때 쳐다보는 눈빛, 내 레슨 선생님이랑 똑같아서 식은땀 났다", "손가락 물집 터지는 장면에서 내 손이 다 아팠다" 등 생생한 고통을 호소하는 리뷰가 줄을 잇습니다. 그만큼 현실 고증(특히 그 숨 막히는 압박감)이 쩔었다는 얘기겠죠.
▶ "플레처는 스승인가, 싸이코인가?" (토론의 장)
이 주제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핫한 논쟁거리입니다. "그래도 저렇게 몰아붙였으니 앤드류가 한계를 넘은 거다, 진정한 참스승이다"라는 의견과, "가스라이팅 범죄자일 뿐이다, 저건 교육이 아니라 학대다"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섭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는... 음... 제 선생님이 플레처라면 바로 자퇴하고 유튜버 하겠습니다. (빠른 포기)
▶ "몰입감 미쳤다, 시간 순삭" (일반 관객)
재즈 1도 모르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는 반응이 압도적입니다. "드럼 소리가 이렇게 섹시한 줄 몰랐다", "마일즈 텔러가 대역 없이 직접 쳤다니 믿을 수 없다", "편집이 미친놈이다. 박자에 딱딱 맞춰서 컷 넘어가는데 쾌감 쩐다" 등 연출과 편집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습니다.
[마무리 썰]
<위플래쉬>는 "열정"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뜨겁고, 동시에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무언가에 미쳐보고 싶은 분, 혹은 나태해진 자신에게 채찍질(Whiplash 뜻이 바로 '채찍질'입니다)이 필요한 분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단, 보고 나서 밥맛이 떨어지거나 손이 떨릴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아, 그리고 당분간 드럼 소리 들으면 움찔하실 수도 있습니다. 몰입감 미치는 인생영화입니다.
#위플래쉬 #영화리뷰 #음악영화 #드럼 #JK시몬스 #마일즈텔러 #데이미언셔젤 #재즈 #인생영화 #심리스릴러 #PTSD주의 #NotMyTem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