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좀비딸: 세상에서 가장 웃기고 슬픈, 내 딸의 '육아' 일기
"좀비가 되어도 넌 내 딸이야." 공포 대신 눈물과 웃음을 채워 넣은 K-좀비물의 이단아.
안녕하세요. 콘텐츠를 사랑하는 블로거입니다. 오늘은 네이버 웹툰의 레전드 명작이자, EBS와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며 다시 한번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 <좀비딸>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보통 '좀비물'이라고 하면 피가 튀고 살이 뜯기는 호러 생존물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킹덤>이나 <부산행>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 작품은 좀비라는 소재를 가장 한국적인 정서인 '가족애'로 풀어낸 독특한 휴먼 코미디 드라마입니다. 웃다가 방심하는 순간 눈물 콧물을 쏙 빼놓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이 작품의 줄거리, 관람 포인트(총평), 그리고 놀라운 성과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줄거리: 대한민국 마지막 좀비를 숨겨라!
대한민국에 원인 불명의 좀비 바이러스가 퍼졌으나, 정부의 발 빠른 대처와 계엄령 선포로 사태는 진정됩니다. 감염자들은 모두 사살되거나 격리되었고, 이제 세상은 다시 평화를 되찾아 '좀비 없는 청정 구역' 선포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명, 신고되지 않은 감염자가 있었으니 바로 주인공 '정환'의 하나뿐인 딸 '수아'입니다.
첫 좀비 사태가 터진 날, 아빠 정환은 딸 수아를 지키려다 그만 딸이 좀비에게 물리는 비극을 맞이합니다. 좀비로 변해버려 이성 없이 으르렁거리는 딸을 차마 당국에 넘겨 죽게 할 수 없었던 아빠는, 서울을 떠나 인적이 드문 시골 외갓집으로 도피를 감행합니다.
그곳에서 정환은 수아를 다시 인간으로 되돌릴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그녀를 몰래 키우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겉모습은 영락없는 좀비인 수아를 숨기는 일은 매일매일이 전쟁입니다. 사람을 물지 못하게 입마개를 씌우고, 학교 대신 홈스쿨링(?)을 시키며, 호시탐탐 수아를 노리는(?) 고양이 '애용이'와 깐깐한 할머니까지 합세하며 이들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과연 정환은 이웃들의 눈을 피해 수아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요?
2. 총평: 부성애라는 이름의 가장 강력한 백신
① 공포를 걷어낸 자리에 채운 시트콤 감성
<좀비딸>의 가장 큰 미덕은 '유쾌함'입니다. 좀비가 된 딸이 아빠를 공격하려 하자 효자손으로 제압한다거나, 좀비가 좋아하는 생닭을 간식으로 주며 훈련을 시키는 장면들은 실소를 자아냅니다. 특히 이 작품의 진정한 마스코트인 고양이 '애용이(김애용)'의 하드캐리는 압권입니다. 좀비인 수아를 무서워하기는커녕 하찮게 여기며 냥냥 펀치를 날리는 애용이의 시니컬한 매력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환기해 줍니다.
②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웃음 뒤에는 묵직한 질문이 깔려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수아는 그저 박멸해야 할 '괴물'이지만, 아빠 정환에게는 여전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딸'입니다. 작품은 끊임없이 '가족이란 무엇인가',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혐오'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딸을 위해 범죄자가 되는 길을 택하고, 자신의 모든 인생을 포기하면서도 딸의 머리를 빗겨주는 정환의 모습은 전 세계 공통어인 '부성애'를 건드리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결말부에 다다라 폭발하는 감동은 웬만한 신파 영화보다 훨씬 더 진하고 여운이 깁니다.
③ 애니메이션의 성공적인 이식
이윤창 작가의 원작 웹툰이 가진 특유의 심플하고 개그스러운 그림체를 애니메이션이 아주 잘 살려냈습니다. EBS에서 방영된 만큼 자극적인 묘사는 줄이고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따뜻한 톤으로 각색되었지만, 원작이 가진 날카로운 풍자와 유머 코드는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성우들의 열연 또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몰입도를 극대화했습니다.
3. 글로벌 성적 및 반응: 웹툰에서 OTT까지 점령하다
- 웹툰계의 레전드 기록: 네이버 웹툰 연재 당시 목요 웹툰 부동의 상위권을 유지했으며, 누적 조회수 5억 뷰 이상을 기록한 메가 히트작입니다. 완결 후에도 평점 9.9점대를 유지하며 '용두용미(시작과 끝이 모두 훌륭함)'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 수상 내역: 작품성을 인정받아 '2019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만화 부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대중적인 재미뿐만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까지 놓치지 않았음을 증명한 결과입니다.
- OTT 플랫폼 진출: EBS 방영 이후 디즈니플러스(Disney+) 등 글로벌 OTT 플랫폼에 공개되면서 한국 애니메이션 부문 인기 순위에 랭크되었습니다. 특히 해외 팬들에게도 "K-좀비의 새로운 해석", "가장 많이 운 좀비 영화"라는 호평을 받으며 한국 웹툰 IP의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마무리하며]
<좀비딸>은 킬링타임용으로 가볍게 시작했다가, 휴지 한 통을 다 쓰게 만드는 마법 같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