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리뷰] 500일의 썸머 줄거리,총 평, 시청 반응

by 페스카 2025. 12. 26.

500일의 썸머 포스터

혹시 이 영화 보고 욕하셨나요? "저런 어장관리녀를 봤나!" 하면서 분노하셨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아직 낭만적인 사랑을 믿는 순수​한 영혼이거나, 아니면 연애 하수입니다. (죄송, 팩폭부터 날리고 시작합니다.)


개봉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로맨스 영화계의 바이블이자 '연애 고사' 문제지로 불리는 영화. 볼 때마다 감상이 달라진다는 마법 같은 영화. 네, 바로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입니다. 오늘은 짝사랑 좀 해봤다 하는 분들의 뼈를 때리고 순살로 만들어버릴 이 영화에 대해, 아주 솔직하고 주관적인 수다를 떨어볼까 합니다. BGM으로 조셉 고든 레빗의 최애곡 'The Smiths' 노래 깔고 시작해 볼까요?




[영화 리뷰] 500일의 썸머: 이것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썸머가 썅X이라고? 다시 보고 와라, 톰이 문제다.



1. 줄거리: 운명론자 남자와 현실주의자 여자의 '동상이몽'


영화는 시작부터 못을 박고 갑니다. "이것은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이야기다. 하지만 미리 말해두는데, 이건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벌써 결말 스포일러 당한 느낌)


주인공 톰(조셉 고든 레빗)은 카드 문구 작가로 일하며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는 순수 청년입니다. 어느 날, 사장의 비서로 들어온 썸​머(주이 디샤넬)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리죠. 엘리베이터에서 톰이 듣던 'The Smiths' 노래를 썸머가 따라 부르는 순간, 톰의 뇌내 망상은 폭주하기 시작합니다. "찾았다, 내 여자!"


하지만 썸머는 톰과는 정반대의 종족입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사랑 같은 건 환상이야"라고 믿는 구속 불가, 자유 영혼 그 자체죠. 톰의 끈질긴 대시 끝에 둘은 데이트도 하고, 이케아에서 신혼부부 놀이도 하고, 남들이 하는 건 다 합니다. 하지만 썸머는 선을 긋습니다. "나 진지한 관계는 싫어. 그냥 친구 사이로 지내자."


톰은 "알겠어(I'm cool)"라고 쿨한 척 대답하지만, 속으론 전혀 안 쿨합니다. '우리가 하는 게 사랑이 아니면 뭔데?'라며 혼자 끙끙 앓죠. 영화는 1일부터 500일까지의 타임라인을 뒤죽박죽 섞어서 보여줍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가장 비참한 이별의 순간을 교차시키며, 톰의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 기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죠. 결국 썸머는 회사를 그만두고 떠나고, 톰은 폐인이 되어 접시나 깨며 울부짖습니다.



2. 총평: 기대와 현실의 잔혹한 '화면 분할' 


■ 우리가 '톰'에게 속았던 이유
이 영화가 무서운 건, 철저하게 '톰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톰의 눈에 비친 썸머는 변덕쟁이에, 사람 마음 가지고 노는 나쁜 여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나이 먹고 다시 보면 소름 돋는 진실이 보입니다. 썸머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말했어요. "구속받기 싫다", "가볍게 만나자". 귀를 막고 듣고 싶은 대로 들은 건 톰이었습니다. 썸머가 자신의 아픈 과거를 털어놓을 때도 톰은 자기 감정에 취해 제대로 공감해주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사랑에 빠진 나 자신'에게 심취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미성숙한 연애에 대한 뼈 아픈 보고서입니다.


■ 전설의 레전드 명장면: 기대(Expectations) vs 현실(Reality)
영화 역사상 가장 잔인하면서도 공감 백배인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이 '화면 분할' 씬입니다. 헤어진 후 썸머의 파티에 초대받은 톰. 화면 왼쪽은 톰이 상상하는 로맨틱한 재회(기대), 오른쪽은 실제 벌어지는 찌질한 상황(현실)이 동시에 재생됩니다. 톰이 썸머에게 특별한 존재일 거라 착각하고 갔지만, 현실 속 그는 그저 수많은 손님 중 하나일 뿐이었죠. 문 닫히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톰의 표정이 무너져 내릴 때, 저도 같이 무너졌습니다. (아, 내 흑역사 생각나...)


■ 썸머(여름)가 가고 나면, 오텀(가을)이 온다
결말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썸머와의 500일은 실패한 연애가 아니라, 톰을 성장시킨 밑거름이었다는 것. 썸머 덕분에 톰은 다니기 싫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진짜 꿈이었던 건축가에 다시 도전합니다. 그리고 면접장에서 새로운 인연, '오텀(Autumn)'을 만나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는 자연의 섭리처럼, 지나간 인연에 얽매이지 말라는 감독의 따뜻한(혹은 냉정한) 위로가 아닐까요? 엔딩에서 톰이 카메라를 보며 씩 웃는 순간, "Day 1" 자막이 뜨는데... 진짜 뒤통수 맞은 듯 띵합니다. 그래, 인생 실전이지.



3. 시청 반응: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썸머' 판독기


이 영화만큼 시청자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고, 또 변하는 영화도 드뭅니다. 댓글창을 보면 아주 난리도 아닙니다.


▶ 20대 초반 / 연애 초보: "썸머 저거 완전 어장녀 아냐?"
처음 이 영화를 접한 대부분의 반응입니다. 톰에게 감정 이입해서 썸머를 천하의 썅X으로 몰아갑니다. "좋아한다면서 사귀기는 싫다는 게 말이 되냐", "팬케이크 먹으면서 부부 놀이 다 해놓고 딴 남자랑 결혼? 배신감 쩐다" 등등 썸머 성토 대회(욕 파티)가 열립니다. 저도 20대 땐 톰 편이었습니다. 톰이 불쌍해서 엉엉 울었으니까요.


▶ 20대 후반~30대 / 연애 좀 해본 사람: "톰, 이 눈치 없는 X신아..."
이별 몇 번 겪고 쓴맛 단맛 다 본 후에 다시 보면, 톰의 찌질함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썸머가 '링고 스타' 좋다고 할 때 무시한 거 봐라", "썸머가 울면서 얘기할 때 딴생각하네", "자기감정만 중요하지 상대방 배려는 1도 없네"라며 태세 전환이 일어납니다. 이 시기가 오면 '썸머는 나쁜 게 아니라, 그냥 톰을 사랑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팩트를 깨닫게 됩니다.


▶ "이케아 데이트, 로망인데 현실은 시궁창" (비주얼 덕후들)
내용과 별개로 영화의 영상미와 패션에 열광하는 반응도 많습니다. 주이 디샤넬의 러블리한 빈티지 패션, 톰의 댄디한 룩, 그리고 감성 터지는 OST 트랙리스트는 아직도 회자되죠. "이 영화 보고 이케아 가서 상황극 하다가 여친한테 등짝 맞았다"는 슬픈 후기도 종종 보입니다.




[마무리 썰]
<500일의 썸​머>는 연애 지침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연애 오답 노트'에 가깝습니다. 지금 짝사랑 때문에 힘드신가요? 혹은 '썸'만 타다 끝나서 억울하신가요? 그럼 오늘 밤 당장 이 영화를 틀어보세요. 톰의 찌질한 모습을 보며 거울 치료(?)가 될 수도 있고, 지나간 썸머(X)들을 쿨하게 보내줄 용기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단, 썸 타는 사람이랑 같이 보지는 마세요. 끝나고 싸울 확률 99.9%입니다. (경험담 아님, 암튼 아님)

#500일의썸머 #영화리뷰 #조셉고든레빗 #주이디샤넬 #로맨스영화 #현실연애 #이케아데이트 #재회물아님 #성장영화 #왓챠추천 #넷플릭스